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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여래삼존도 |
[뉴스힘=박노신 기자] 국가유산청은 추상적 표현이 돋보이는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을 비롯해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 '여수 흥국사 제석천·천룡도',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
개인 소장 유산인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은 15~16세기경 전라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물레로 둥근 병을 성형한 후 몸통을 두드려 면(面)을 만들고 굽을 깎은 형태의 편병(扁甁)이다. 백토(白土)를 바른 후 끝이 날카로운 도구로 백토면을 긁어 문양을 베푸는 음각 기법으로 다양한 문양을 표현했다. 특히, 편병 앞뒷면과 양 측면에 표현된 자유분방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성의 추상성을 띠는 선문(線文)이 주목된다.
일제강점기 일본 소장가가 구입해 국외로 반출됐다가, 2018년 국내 소장가가 공개 구입해 국내로 다시 환수한 작품으로, 대체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앞뒤 두 면에 표현된 선문(線文)과 파어문(波魚文)이 독창적이며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므로 보물로 지정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다.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는 대웅전 내부 동·서쪽 벽에 그려진 불화 4점으로, 한 공간에 삼불 신앙의 세계가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범어사 대웅전에는 중앙의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이 모셔진 주불단(主佛壇) 뒷벽에 걸린 영산회상도를 중심으로, 동쪽 벽에는 동방 유리광정토를 주관하는 약사여래삼존도 벽화가, 서쪽 벽에는 서방 극락정토를 주관하는 아미타여래삼존도 벽화가 배치되어 있다.
또한 범어사 대웅전의 양 옆문의 위쪽 벽에는 동쪽에 관음보살도 벽화, 서쪽에 달마·혜가단비도 벽화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달마대사가 관음의 화신(化身)이었다는 신앙적 배경을 표현한 것이다. 관음보살과 달마대사를 소재로 한 벽화는 청도 운문사 등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으나 공간적 삼불 세계를 구현한 벽화와 관음보살·달마대사 벽화가 한 공간 내에 구현된 사례는 범어사 대웅전이 유일하다.
아울러 보수 과정에서 개채(다시 채색하는 것)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18세기 전반 영남 지역 화승 집단의 활동과 영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서도 중요하다.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는 주불전(主佛殿)인 대웅보전의 후불벽(後佛壁) 뒷벽에 그려진 작품으로, 위쪽에 5개, 아래쪽에 4개의 샛기둥을 설치하여 벽체의 내구성을 확보하고 흙을 발라 화면을 마련한 뒤 그 위에 직접 그렸다.
이 벽화의 내용은 『화엄경』 '입법계품(入法戒品)'에 근거하며, 머리에까지 백의(白衣)를 걸친 백의관음보살이 보타락가산 암벽에서 선재동자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음보살은 유희좌(遊戱坐)로 앉아 있다. 관음보살 머리의 보관(寶冠) 중앙에는 태극문이 표현되어 있는데, 보관의 태극문은 의겸(義謙) 일파가 제작한 개암사 괘불등에 표현된 것과 같아 이 작품도 같은 화승(畫僧) 집단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벽화는 의겸 계열 양식 비교·편년 연구의 준거를 제공하므로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당시 유행했던 도상과 양식을 잘 담아내고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다.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 말~10세기 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불이다. 비록 손과 일부 신체는 결실됐지만, 균형 잡힌 비례와 정제된 조각 수법은 이 불상의 원형미를 짐작 가능케 한다. 얼굴은 역삼각형의 형태로, 작고 단정한 턱과 입, 눈썹에서 콧등으로 이어지는 이중 곡선, 가는 눈매 등은 9세기 후반 철불의 전형적인 요소를 지닌다. 신체의 잘록한 허리, 팽만한 가슴, 부드럽게 흐르는 옷주름 등에서 통일신라 전성기의 조형 전통이 엿보이며, 뒷면까지 조각된 옷주름은 정교한 제작 기법을 반영한다.
이 불상은 신라 하대 실상산문(實相山門)의 거점 사찰인 임실 진구사에 봉안됐을 가능성이 높다. 통일신라 말에 여러 점 제작된 철제 불상 중의 하나로 역사성, 예술성과 조형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된다.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은 1605년 위봉사 북암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된 사보살상(四菩薩像) 가운데 두 점으로, 현재는 위봉사 보광명전에 봉안되어 있다. 이 보살상은 수조각승 원오(元悟)를 비롯하여 5명의 조각승이 참여하여 제작했는데, 원오는 임진왜란 이후 조각승 유파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장인이다.
1989년 도난됐다가 2016년 환수된 문화유산으로, 도난 과정에서 유실된 보관(寶冠) 및 지물(持物)은 근래에 조성하여 함께 모셨다.
임진왜란 직후 제작된 가장 이른 시기의 기년작(紀年作) 보살입상으로 조선 후기 사보살입상의 양식 형성에 중요한 기준이 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학술적 가치가 있고, 조선시대 보살상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높은 작품이다.
'여수 흥국사 제석천・천룡도'는 주불전(主佛殿)인 대웅전에 모셔진 중단탱화(中壇幁畵)이다. 이 작품은 제석천도(帝釋天圖)와 천룡도(天龍圖)가 결합되어 하나의 화면에 함께 그려지는 방식으로 변화되기 전, 각각의 화면으로 제작된 2폭의 불화가 1쌍을 이루어 일괄로 전하는 사례이다.
1741년 의겸(義謙)의 화풍을 계승한 수화승 긍척(亘陟)의 주도 아래 여러 화승이 협업하여 완성한 작품으로, 18세기 의겸 화파의 활동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학술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
호림박물관 소장의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화가인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가 수록된 화첩이다. 1~9면에는 이경윤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가, 10~13면에는 작자 미상의 금니산수가, 14~22면에는 작자 미상의 화조도 및 인물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화첩에는 선조대 문장가 최립(崔岦, 1539~1612)이 1598년 겨울에서 1599년 정월 사이에 직접 쓴 제화시(題畫詩)와 발문(跋文)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원 소장자, 화첩 제작 경위와 감상 기록 등의 내용이 작품에 함께 전하는 드문 사례이며, 조선 중기 문인 문화의 교류, 작품 수집과 감상, 제화시 작성과 화첩 형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미술사적 자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경윤 작품으로 여겨진 작품의 형식과 양식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등에 대해 30일간의 예고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다 합리적인 지정제도가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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