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기억동행 박람회 개최

서울 / 박노신 기자 / 2026-09-16 22:38:38
기억서점·기억잡화점·빨래왔수다 등 자치구 사회참여 사례도 한자리
▲ 치매극복의 날 기념 ‘기억동행 박람회’ 행사 포스터

[뉴스힘=박노신 기자] 치매나 경도인지장애가 있어도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살려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제19회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종각역 태양의 정원에서 ‘기억동행 박람회’를 개최한다.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당사자 약 40명이 바리스타와 보조사서, 행사 안내 등 ‘일일 스태프’로 직접 나서며 시민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치매환자와 가족,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와 25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가 주관한다.

이번 박람회의 핵심 메시지는 ‘치매가 있어도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치매환자는 도움과 돌봄을 받아야 하는 수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자신의 경험과 강점을 활용해 사회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욕구도 여전히 있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당사자가 직접 시민을 만나고 안내하며 음료를 만들고 책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약 40명의 당사자가 행사장 곳곳에서 자신의 관심과 경험, 강점을 살린 역할을 맡아 시민들과 만난다.

‘기억다방’에서는 바리스타로 음료를 만들고 시민을 응대하며, ‘기억다방 뮤직살롱’에서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디멘시아 도서관’에서는 책을 정리하고 보조사서 역할을 맡으며, 인근 식당에서는 환경정리와 고객응대 등 실제 지역사회 일자리와 연계된 활동을 경험한다. 이 밖에도 치매 공감 상담, 화분 꾸미기, 낙상예방 운동·게임, ‘브레인핏45’ 앱 홍보와 설치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박람회에서는 경도인지장애 당사자의 일자리와 사회활동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함께하는 내일(My Job), 일자리 뱅크’도 운영한다. 당사자의 선호 직무와 강점을 파악해 적합한 사회활동과 직무를 상담하고, 향후 실제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경도인지장애 당사자는 자신이 잘할 수 있거나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일반 시민은‘인지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아이디어와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기업·기관은 경도인지장애 당사자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와 사회적 배려 일자리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고 발굴하여, 당사자의 역량과 지역사회의 일자리 수요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시는 이번 행사를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참여 기회로 연결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치매·경도인지장애 당사자가 이미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추진 중인 성북구 ‘기억서점’, 성동구 ‘기억잡화점’, 노원구 ‘빨래왔수다’ 등 사회활동 우수사례와 당사자 작품을 전시·소개한다.

성북구 ‘기억서점’은 경도인지장애·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글과 그림을 활용해 도서와 책갈피를 제작·출판하고, 성동구 ‘기억잡화점’은 치매환자 가족과 경도인지장애·초로기 치매 당사자가 기억 굿즈를 직접 제작·포장하고 행사에 참여한다. 노원구 ‘빨래왔수다’에서는 경도인지장애 당사자가 취약 치매가구의 빨래 지원과 안부 확인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의 또 다른 주민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박람회 마지막 날에는 초로기 치매환자의 돌봄 가족이기도 한 조기현 작가와 함께하는 ‘깜빡해도 반짝이는’ 토크콘서트를 열어 경도인지장애 당사자들의 여전히 일하고 싶은 마음과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의미를 나누고, 가족과 시민이 함께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가치와 소중함을 공감하며 나누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치매극복의 날 행사에서도 치매·경도인지장애 당사자가 직접 진솔한 목소리로 공감 연설문을 낭독하여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당사자들은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변화와 여전히 하고 싶은 일,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의미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했다.

강북구 김*자님은 19년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병으로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치매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며, 봉사단으로 활동했고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관악구 최*용님은 젊은시절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나 21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위축되어 사회활동에 소극적이었으나 24년 치매안심센터 인지강화교실에 참여하면서부터 우울감이 감소됐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억다방에 바리스타로 참여하고, 치매안심마을에서 진행하는 12회기 프로그램에서도 전문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작년 치매극복의 날에 치매 당사자로서 연설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치매·경도인지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활동과 일자리 발굴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당사자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참여 모델을 발굴해 치매가 있어도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치매친화도시 서울’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조영창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박람회가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사회와 연결되는 기회가 되고, 시민에게는 치매가 있어도 함께 일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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