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손끝 기술'…서울명장 현장서 이어지는 숙련의 가치
글로벌 금융위기 후 귀국해 기술인의 길 선택한 아들…현장서 배우는 20대 청년
박노신 기자
park11083@naver.com | 2026-05-14 22:31:37
[뉴스힘=박노신 기자]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손끝 기술’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숙련기술 인력 감소와 청년층 유입 부족이 제조업 현장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장에서는 기술을 배우고 이어가려는 흐름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인쇄 분야 서울명장 김인호 대표의 작업 현장을 통해 50년 숙련 기술을 지켜온 장인과 해외 유학 후 기술직을 선택한 2세 기술인,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20대 청년 사례 등을 조명하며 AI 시대 숙련 기술의 가치와 기술 전수의 의미를 살펴봤다.
김인호 대표는 1970년 제책회사 입사를 시작으로 반세기 넘게 인쇄 기술을 이어오며 서울 제조업 현장을 지켜온 숙련 기술인이다.
특히 의약품·화장품 포장 상자인 ‘폴딩카톤(Folding Carton)’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으며, 한글 홀로그램 도입 등 선제적 기술 솔루션을 통해 고품질 패키징 기술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기술력과 산업 기여도를 인정받아 지난해 인쇄 분야 서울명장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기술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하며 축적되는 것”이라며 “결국 현장을 버티고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숙련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제조업 현장에서는 숙련기술 인력 감소와 청년층 유입 부족 문제가 산업 전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후가공·정밀 작업 등 일부 공정은 여전히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아, 현장에서는 기술 전수와 청년 숙련공 육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인력 수급 불안정, 고가 장비 유지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숙련기술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인쇄 현장에서는 새벽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공정은 여전히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아 경험 축적이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김 대표의 아들은 미국에서 공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던 중 글로벌 금융위기와 진로 고민 등을 계기로 2011년 귀국해 인쇄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김 대표는 “기술을 익히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아들을 설득했고, 아들은 고민 끝에 현장에 들어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약 10년간 현장 경험을 쌓으며 생산 공정 전반을 맡아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의 아들은 “요즘 젊은 세대 유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꾸준히 배우며 일하는 청년도 일부 있다”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직접 경험을 통해 기술을 익혀가려는 움직임도 현장에서는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하지만, 일정 기간을 버티며 경험을 쌓다 보면 공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며 “결국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20대 청년이 인쇄 기술을 배우며 근무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청년은 일정 기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공정 이해도를 높이고 있으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직업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인력 유입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일부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기술직에 도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기술 인재가 유입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입문부터 숙련, 인정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서울명장(舊 우수 숙련기술인 선정)’ 제도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숙련을 쌓아온 기술인을 선정하고, 인증패·현판·기술개발장려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제도의 명예성과 실질적 지원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지원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기존에는 5개 업종 총 3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했으나, 업종별 1명씩 총 5명을 선정해 1인당 1천만 원의 기술개발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도시제조업 관련 기술교육원·특성화고교 특강, 멘토링, 작품 전시 등을 통해 후배 기술인 대상 기술 전수 활동도 지원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 기술교육원에서는 기술을 처음 배우거나 직업 전환을 희망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중부·동부·북부 캠퍼스에서 운영 중이며, 기술을 배우고 싶은 15세 이상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해당 캠퍼스를 직접 방문하거나, '기술교육원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건물보수, 자동차정비, 특수용접, 조경관리, 인테리어, 승강기제어 등 AI 시대에도 현장 대응 역량이 중요한 기술 분야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 단기 체험형 ‘일경험 과정’도 새롭게 도입한 바 있다.
시는 이처럼 기술 입문부터 숙련, 현장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춘 현장형 기술인재 양성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은 “AI 시대에도 숙련기술은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기술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미래 직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기술 인재 양성과 현장 기반 교육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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